중견기업에 다니던 허모(32)씨는 얼마 전 직장에 병가를 냈다. 임신 7개월인 그는 의사로부터 “조산기가 있으니 가급적 누워서 생활하라”는 말과 함께 병원에 입원했다. 직장생활 7년동안 잦은 야근와 회식 등으로 몸이 축난 탓에 조기진통과 자궁수축으로 입원하게 된 것이다. 허씨는 “조산하면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건강한 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출산일을 늦추는데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허씨 처럼 상대적으로 젊은 산모가 저체중아 또는 조산아를 낳거나 조기 자궁수축으로 애를 먹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령임신 등의 탓으로 알려져 있지만 조산아나 조기 자궁수축 등으로 입원하는 임산부 중 대부분은 젊은 산모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이상 출산을 예방하기 위해 선진국처럼 임신 전 건강관리부터 근로 형태 등 다양한 저출산 정책이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림 부연구위원은 "조산아 출산율이 2000년 3.79%에서 2012년 6.28%로 1.7배가량 증가했다. 조산아의 75.9%는 만 35세 미만인 젊은 산모들의 출산 결과"라고 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상 출산의 동향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실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 결과는 스트레스, 과로, 약물, 영양상태, 흡연 및 음주, 생식질환 경험, 평상시 운동 습관 등에 따라 결정된다. 임신 전 스트레스나 과로 등에 오래 노출되면 출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상 출산으로 태어난 아기는 영·유아기뿐 아니라 성인이 된 뒤에도 만성질환을 앓을 위험이 있다. 가정과 사회에 의료비 부담이 가중된다.

가정과 사회에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건강한 아기의 출산을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임신 전부터 출산을 위한 건강관리 및 여성근로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 가임기 여성의 엽산제 지원을 비롯하여 조기 진통 및 자궁 수축 등으로 입원하는 임산부들을 위해 보험 적용이 가능한 의약품의 사용횟수를 늘리고 고위험 산모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현재 조산아의 인큐베이터 비용은 보험 적용이 가능하나 조산아를 막으려고 사용하는 트랙토실(아토시반)은 3회까지만 보험 적용이 되어 조기 진통과 자궁수축으로 입원중인 산모들의 가정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

또 일을 하는 여성근로자를 위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임산부가 근무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세무조사를 임신기간 중 유예 시켜 준다는 등의 기업들이 임산부를 적극 배려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고령 임신 위험을 지나치게 걱정해 출산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의 개선과 함께 산전 관리를 위한 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고령 출산을 무조건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다“며 ”건강한 출산을 위한 제대로된 산전 관리와 여성 근로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